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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악의 인연

안동현

2016.11.18

노부스 콰르텟 with 손열음

SUMMER FANTASY

2016825() 19:30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

 

 

한 음악과의 인연이 10년을 이어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여름 음악축제에서 쇼스타코비치 현악4중주 6번과 8번을 연주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미리 음반을 구입해서 연주전에 계속 들으며 기다렸는데 갑자기 연주자의 사정으로 연주가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아쉬움을 담고 있는 음악이었는데 우연히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 가던 중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 현수막을 보게 되었고 자세히 연주곡을 찾아보니 그때의 아쉬움을 떠올리게 하는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6번과 8번이었습니다. 거기에 손열음 씨와 피아노오중주를 연주한다니 이건 정말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곧바로 예매를 하고 연주회 날을 기다렸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설렘이나 좋은 책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심정처럼 가슴 가득 꽉 찬 흐뭇한 즐거움이 함께 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차에 음반을 틀어놓고 음악에 젖어 기다리는 기분.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얼굴이 환해지는 즐거움입니다.

 

천안예술의전당 공연장은 아늑하고 객석까지 소리가 섬세하게 잘 전달되는 멋진 무대입니다. 좋은 오크나무로 만든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소리가 나는 곳이라 마음에 쏙 드는 곳입니다.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노부스 콰르텟. 젊음이 홀을 가득 채웁니다. “빗속에 뒤집어엎은 램프처럼 탁탁 튀며 타오르는 한창 때.”-파블로 네루다의 시 [젊음]이 생각납니다. 들려줄 음악에 대한 기대로 눈을 크게 뜨고 무대를 바라봅니다. 바이올린 활이 현 위에 미끄러지며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선율이 흘러나옵니다. 맞아 바로 이 소리, 이 리듬이야. 오가며 내 마음에 스며있던 소리들은 객석의 음악과 딱 맞아 떨어지면서 묘한 쾌감을 줍니다. 소리가 장악한 객석은 숨을 쉴 수조차 없게 만듭니다. 긋고 켜는 현악기들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격렬하게 울림통을 거쳐 쏟아져 나옵니다. 때로는 신음하듯, 외치듯 부르짖듯 소리는 감정의 골을 이리저리로 흔들며 빠져들게 합니다. 현악사중주 8번의 낮게 깔리는 소리를 눈감고 들으며 작곡가의 고뇌를 생각해봅니다. 이 선율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과도 연결됩니다. 폐부 깊숙이 찌르며 혈관을 타고 흐르는 음악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로잡힘입니다. 음악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음악만이 만들어내는 일치감입니다. 느림과 빠름의 조화. 속주는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급박한 리듬과 높은 음이 연속되며 치닫는 긴장감은 소리가 찌르는 데로 함께 끌려가고 달려가게 만듭니다. 오직 한번 뿐인 이 순간의 아우라는 그래서 소중하고 짜릿합니다. 음악이 사람을 매혹시키는 것은 바로 이 순간의 전율 때문입니다. 8번 특유의 잡았다 놓고 어지럽게 돌리고 헉헉대며 달리게 하는 리듬에 정신을 차릴 수 없습니다. 좋은 연주는 감탄하게 하고 감동하게 하고 흐뭇하게 만들며 미소 짓게 합니다. 그리고 젊음이 만들어낸 싱싱한 소리들은 까만 슈트처럼 말끔하게 소리로 매혹합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잡히지 않기에 찬란하고 가질 수 없기에 간절한 아름다운 소리들은 객석을 마음껏 휘잡고 천정 위로 솟아오릅니다. 첼로 소리의 묵직함과 통 큰 울림은 그 소리만큼 큰 숨을 들이쉬게 만들고 현 위를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며 누르고 꽉 잡고 흔들며 내는 비브라토에 소리는 비통하게 울리고 낮게 깔리고 처연하게 주저앉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 내 마음이 이랬지 이렇게 앉아 주루룩 눈물 나게 하는 그런 때가 있었지 하며 공감하게 만듭니다. 쏟아지는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소리들은 가슴을 적시고 은은하게 이어지는 담백한 소리와 강렬하게 자극하는 바이올린 소리는 맛있는 음식에 곁들인 톡 쏘는 레몬처럼 상큼한 맛을 줍니다.

 

금빛 드레스를 입고 손열음 씨가 노부스 신사들과 등장합니다. 클림트의 [키스]가 겹쳐 보입니다. 음악은 시작 전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색깔로 다가옵니다. 현과 피아노의 조화는 색다른 맛을 줍니다. 현의 켬과 피아노의 두드림이 낸 소리들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튕긴 물방울처럼 객석으로 튑니다. 높은음과 낮은음으로 오르내리는 피아노의 트레몰로. 음악이 정점으로 향할수록 마음도 덩달아 급해집니다. 이 아름다운 일체감. 마음으로 보내는 박수와 찬사.

 

객석 가득 꼼짝 못하고 듣고 있던 음악의 포로들은 음의 정점에서 환호하며 외치고 박수를 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담은 박수 뿐입니다. 박수는 박수로 이어지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손바닥을 떠나 커다란 하나의 큰 박수 소리로 뭉쳐집니다. 박수 소리에도 표정이 담깁니다. 감동한 연주에 보내는 박수는 연주자를 다시 무대로 불러내고 아쉬움을 달래주는 앙코르 곡을 들으며 다시 감동을 받습니다. 앙코르 곡은 구구절절한 사랑의 편지 끝에 살짝 그려 넣은 예쁜 하트처럼 꼭 안고 싶은 사랑스러움입니다.

 

사람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노래를 듣고, 좋은 시를 읽고, 아름다운 그림을 봐야 한다.”는 괴테의 짧은 이 말은 아름다운 쾌락을 아는 사람이 누리는 예술의 사치입니다. 뜨거운 여름 8월에 [오드리 햅번-숭고한 사랑] 사진전을 천천히 둘러보고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를 듣고 네루다의 시를 읽으며 함께 어우러진 예술을 만끽하게 해 준 천안예술의전당의 행복한 초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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