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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프랑스 로렌 국립오케스트라 첫 내한공연 관람후기

이순희

2016.11.17

공연관람후기

일 시 : 2016102317:00

장 소 : 천안예술의 전당 대공연장

공연명 :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프랑스 로렌 국립오케스트라 첫 내한공연

지휘자 : 자크 메르시에

바이얼린 협주 : 김수연

 

   내 인생 50여년에 가장 무더운 여름을 보냈다. 땀을 많이 안흘리는 체질이지만 실내온도 33도를 웃도는 텁텁한 공기에 숨막혔다. 한 낮 최고기온이 38~9도라며 최고치를 연일 갱신하는 속에서 습기 때문에 허덕였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날씨뿐이겠는가만 오늘 아침 찬바람에 살짝 옷깃을 여미면서 지난 계절의 그 더위는 참 대단했었다고 느낀다. 거기에 덤으로 지난 인생의 나또한 나름 대단한 삶을 살아냈을건대 누가 칭찬해주는 사람이 없네...

 

   내게 음악은 TV 리모콘 돌릴 때 잠깐 스치는 대중가요 프로그램이 다였다. 젊은이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들리지 않고 춤은 거의 다 비슷한 동작으로 보인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 얘길 들으면 젊음의 끼와 에너지를 예술로 승화하는 몸부림을 몰라주는 문외한이라고 원망하겠지만 일부러 음악프로를 골라서 들었던 적이 언제인가? 젊은 날에 열심히 듣고 다니던 신형원의 개똥벌레나 이선희의 ‘j에게이후 간헐적으로 이은미의 애인있어요와 백지영의 사랑안해정도에서 나의 음악에 대한 관심은 멈춰 있었다.

 

   이러다 그냥 나이 들어 할머니 할아버지 되면 TV드라마나 보며 하루 세 끼 밥 먹으면 끝인 건조한 삶을 살지 않을까? 여태껏도 직장 다니랴 애들 키우랴 힘들게 살았는데 나를 보상할 아무 것도 없이 한 계절 흘려보내듯 그냥 또 가는 건가? 힘든 여름을 보내고 살랑 가을바람이 불었을 때 해질녘 노을이 삭막한 아파트와 상가의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지붕사이로 내려앉을 때 문득 아~너무 삭막하게 살았나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남편에게 클래식 공연을 보러가자고 권한 건 그런 아쉬움, 지금 이 순간 나를 위해 좀 사소한 사치를 해줘도 되지 않겠느냐는 보상심리, 좀 뜬금없지만 이왕 사소한 사치를 부릴 거면 아예 벽이 높은 생소한 음악으로 해보자.

 

   천안에 예술의 전당이 있는 건 알았다. 남들이 무슨무슨 공연보고 왔노라는 얘기를 들었다. 핸드폰으로 공연검색을 해보니 굵직한 클래식 공연이 떡하니 있다. 가슴이 콩콩 뛰었다. 회원가입을 하면 할인이 된다고 하여 다소 귀찮은 절차를 거쳐 회원가입을 하고 예매를 하고 난 뒤의 뿌듯함. 내가 이런 걸 다 할 줄이야 그러나 마음먹으니 된다.

 

   프로그램을 보니 모르는 음악이다. ‘목신의 오후는 제목만 들었고 환상교향곡이나 스페인 교향곡은 완전 무지하다. 인터넷 검색으로 음악에 대한 설명을 읽고 동영상파일로 음악을 들었다. 한 번 두 번 들어서는 귀에 들어오지 않아 반복해서 들었다. 저녁에 종합운동장을 걸으며, 설거지 할 때 그리고 잠자기 전에 들으며 잠들었다. 남편에게도 카톡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싸이트를 알려주고 들었나요?” “어때요?” “몇 악장이 더 좋아요?”라고 자주 물었다. 바빠서 못들었다고 하면 내가 검색해서 읽은 내용을 알려주면서 여긴 바이얼린 연주를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 연주 해야겠어요”, “이건 오보에라는 악기와 플롯소리인데 예쁘죠? 마치 요정이 뛰어노는 것 같아요”, “반인반수의 목신이 나른한 잠에 빠진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아요?” “이건 장례식장에서 울리는 종소리야라며 끊임없이 조잘거렸다. 살면서 남편과 마주앉아 할 얘기가 그리 많지 않았었다. 자식들 소식 한 두 마디 전하면 끝이고 어디 안 아프냐고 형식적으로 묻거나 밥 먹으면 각자 원하는 TV방송 보는 무덤덤한 우리였는데 남편을 따라다니며 음악을 들었느냐고 묻고 1악장이 제일 좋다며 한 번만 더 들으라고 권하고 퇴근해오는 남편에게 음악으로 말을 거니 남편이 무뚝뚝한 아내가 달라졌다며 좋아했다.

 

   공연 날 드디어 세 곡을 들었다. 핸드폰으로 들으며 멜로디를 익히던 때와 200프로 다른 울림이 공연장 전체에 꽉 차올랐다. 한국인 김수연의 바이얼린 연주는 연습을 얼마나 해야 저런 기교가 나올까? 현란한 바이얼린 선율과 천정을 뚫을 듯한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향연 앞에서 나는 갑자기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소리와 질적으로 다른 소리의 축제에 빠져 있었고 그동안 십여차례 들으며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며 들었던 음악의 흐름과 남편과 주고받았던 대화들이 오버랩 되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눈물지을 수 있는가? 마지막 환상교향곡의 5악장 악마들의 밤의 꿈연주가 끝났을 때 슬며시 눈물이 나와서 숨기느라 애썼다. 이런 데 와서 눈물 흘리는 건 촌스러운 건 아닌가해서... 연주가 끝나고 기립박수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퇴장했던 지휘자가 다시 나타나 정중히 답례인사를 하고 들어갔다가 그치지 않는 박수소리에 다시 나와 앵콜곡을 연주했다. 또다시 퇴장했지만 계속되는 박수소리에 화답하며 또다시 앵콜곡으로 아리랑협주곡을 연주하면서 우리더러 노래를 부르라했을 때는 눈물을 그냥 흐르게 두었다.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이런 거구나 싶다. 가만 남편을 돌아보니 그 사람도 눈이 빨갛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남편의 손을 잡았다. 남편도 밖에서 이게 무슨 남사스러운 짓이냐고 타박하지 않고 따뜻하게 내 손을 잡아주었다. 22살에 만나 결혼하여 30여년 넘게 살고 있는 남편과 나는 싸우기도 많이 하고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오랜 세월 함께 전장을 누빈 전우처럼 정과 의리로 맺어져 든든한 사이이다. 이제는 서로의 흰머리를 감춰주려고 집에서 같이 염색을 해준다. 물론 공연관람의 감동을 오순도순 이야기하면서.... 이번 공연관람은 사소한 사치가 아니라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예술의 전당 회원이 되었으니 처음보다는 쉽게 공연을 볼 수 있다. 다시 또 클래식에 도전할거다 남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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