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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랑_아름다운 5월에 듣는 음악

최녹진

2016.05.26

두 젊은 예술가가 들려주는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듣고 왔습니다. 


천안 예술의 전당 11시콘서트의 5월 레파토리인 <시인의 사랑>.
워낙 좋아하는 곡인데다가 리트 공연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무척 궁금했습니다.
결혼 전에는 음악회가는 것이 즐거운 일상 중의 한 가지였지만, 마음의 큰 부분을 다른 일상들이 자리잡은 지금은 참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너무 오랫만에 하는 음악회 나들이는 마음을 살짝 들뜨게 하네요.


우선 짧은 피아노 소품, 슈만의 <아라베스크>로 시작한 콘서트.


피아니스트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 때의 슈만이 이 곡을 작곡했던 마음을 담아서 연주하겠다는 짧은 소개말을 연주에 덧붙였습니다.
   
슈만의 <아라베스크> (작품번호 18번)는 슈만이 29세 때(1839년)에 쓴 곡입니다.
당시는 슈만이 비크 선생과 결혼 소송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시절입니다. 시련이 거셀수록 깊어지는 사랑처럼, 힘든 나날 속에서 이렇게 시적인 피아노곡을 쓸 수 있었던 바탕에는 클라라에 대한  사랑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슈만은 여인들을 위한 피아노곡으로 <아라베스크>를 작곡했다고 합니다. 아름답고 시적인 주제선율로 시작되어 긴장감 있는 주제로 바뀌었다가 다시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마무리되는 곡입니다. 처음에 슈만이 이 곡을 무척이나 빠르게 연주하도록 악보에 기록해 두었는데, 후에 클라라가 빠르기를 조절, 좀더 시적인 감동을 주도록 바꾸었다고 합니다.(126→112)


그리고 이어진 <시인의 사랑>


이 작품은 아름답고 애절한 이 연가곡, 슈만이 하이네(Heinrich Heine)의 <서정적 간주곡>이라는 시에 곡을 붙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시인은 하인리히 하이네가 되겠네요. 하이네가 혁명가가 되기 이전에 서정적인 작품을 쓴 시기의 작품입니다. 슈만은 이 젊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시기가 클라라와 결혼하기 직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감정을 이해할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슈만은 행복한 사랑을 꿈꾸고 있었을 테지요.


모두 16곡으로 된 연가곡 <시인의 사랑> .
아름다운 5월에 사랑에 빠진 시인에게는 꽃이건 새건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1,2곡).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행복하고(4곡),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라인강의 대성당의 초상화 속에서 찾기도 합니다(6곡). 그러나 사랑하는 여인이 떠나게 된 것을 알고 슬퍼하지만 원망하지 않으며(7곡), 홀로 슬픔을 달랩니다.  다시 세상은 고통이 되고(9,10곡), 떠나간 사랑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11곡), 햇빛 찬란한 여름이 오니(12곡) 실연이라는 현실이 다시 떠오르고 시인은 눈물을 흘립니다(13곡).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꿈이나 이야기 속에서 떠올리고(14,15곡), 떠나간 사랑과 꿈을 장례 치르는 것(16곡)으로 끝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12번째 곡은 제가 이 곡을 부른 가수들에게 가장 섬세한 감성을 기대하는 부분인데요, 맑은 여름 아침을 노래하는 '섬머모르겐'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저릿하게 아픔을 느끼게 됩니다.


테너 김세일의 목소리는 아주 깨끗하고 맑게 울렸습니다. 오라토리오와 오페라 가수로도 활약했다는 소개에 맞게, 실연한 시인의 마음을 애처로운 표정과 몸짓,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에 담아냈습니다. 때론 섬세하게 때론 격정적인 16곡이 연주되는 동안 관객들 역시 그의 노래에 빠져들었고, 노래에 따라 간혹 짧은 탄식과 한숨이 새어나오기도 했습니다. 마치 조금만  건드려도 끊어질 듯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긴장감이란..... 그렇게 길고도 짧았던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은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두 예술가는 준비한 여러 곡의 앙코르곡을 모두 연주하는 것으로 화답했으니, 무척 분위기 좋은 연주회였습니다. 두 젊은이의 딱 그 나이에, 가장 어울리는 정서와 감정으로 들려주는 아름다운 공연이었습니다. 연주회장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분이 두 젊은이들 덕에 올해의 봄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동감입니다.


참, 마티네콘서트의 소소한 즐거움을 더해준 두 가지.
하나. 공연 시작하기 전에 공연장 로비에서 신선한 커피와 핸드메이드 쿠키를 주더군요.
둘. 독일어로 된 <시인의 사랑>의 한국어 가사를 책자로 인쇄해서 나눠준 관람객에 대한 배려, 좋았습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마티네 콘서트에서 현악4중주단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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